핵심 요약
- 행사2026 코리아가든쇼(제주)
- 작품「영등 – 다님바람」
- 대상지제주혁신도시 삼다체육공원, 약 100㎡
- 결과1차 심사 예비 1번
- 핵심영등할망의 바람 서사와 흙·돌·바람을 설계 언어로
지난 8월, 2026 코리아가든쇼(제주) 1차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본선에 오른 다섯 작품 다음으로, 저희 「영등 – 다님바람」은 예비 1번이라는 이름으로 명단에 올랐습니다.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접수 마감 전 4주 동안 서귀포 삼다체육공원을 오가고, 도면 위에 바람의 길을 그리고, 밤늦게까지 식재 목록을 맞춰보던 시간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저희에게 분명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기록을 남겨두려 합니다. 낙선의 소식이 아니라, 한여름 제주에서 정원 하나를 그리며 보낸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장에 서다 — 삼다체육공원 답사기
공모 부지는 제주혁신도시 삼다체육공원, 우레탄 트랙과 산책로를 낀 100㎡ 남짓의 구획이었습니다. 처음 대상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것은 도면이나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바람이었습니다. 사방이 열린 지형이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대로 부지를 관통했고, 기존의 현무암 돌담과 팽나무 한 그루가 그 바람을 잠시 붙잡아 두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사는 7~9% 정도로 완만했지만 분명한 방향성이 있었고, 그 결을 거스르지 않는 정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면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 — 흙의 색,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팽나무 그늘이 하루 중 움직이는 방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이 정원이 해야 할 이야기가 조금씩 또렷해졌습니다.
씨앗에서 시작된 이야기 — 「영등, 다님바람」
제주에는 음력 2월 초하루에 들어와 보름 동안 머물다 다시 떠나는 손님신, 영등할망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바다와 땅에 풍요의 씨앗을 뿌리고 총총히 떠나는 이 바람의 서사를, 저희는 정원의 조형 언어로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다님바람'이라는 작품명은 그렇게 붙었습니다 — 정원 안팎을 오가며 씨앗을 실어 나르는, 다니는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공간은 이 서사를 따라 구성했습니다. 부지 위편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돌 사이를 흐르는 건천이 되어 정원 중심의 '해녀의 망태' — 망태파고라를 감싸는 원형 휴게공간으로 모여들고, 다시 아래편 '바람의 뜰'로 빠져나갑니다. 경사지를 세 단으로 나누어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생명의 정원'과, 낮은 그라스와 지피식물이 바람에 눕는 '바람의 정원'을 좌우에 배치해, 걷는 사람이 바람의 방향을 몸으로 느끼도록 했습니다.

흙과 돌, 바람을 다루는 법
공모 주제이기도 했던 '흙, 돌, 바람'은 저희에게 미학이기 이전에 실용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태풍철 강풍에 그대로 노출되는 입지인 만큼 시설물은 지내력을 확보한 기초 위에 세우고, 포장재는 훼손과 오염에 강한 판석과 화산석 계열로 골랐습니다. 관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염성·내풍성이 있는 수종 위주로 식재 팔레트를 구성했고요. 예쁘게 그리는 것보다, 박람회 기간 동안 관리하는 손이 많지 않아도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계획을 도면으로 옮기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돌담과 건천, 망태파고라를 중심으로 한 시설물과 포장의 배치는 100㎡라는 크지 않은 면적 안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중용지도 (中庸之道), 다시 걷는 길
예비 1번이라는 결과 앞에서 아쉬움도, 지나친 낙담도 경계하려 합니다. 부족했던 부분은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잘 해낸 부분은 그대로 기억하며,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중용의 자세로 다음 걸음을 준비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현장에 직접 서서 바람을 느끼고 그것을 도면 위 이야기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저희에게 여전히 행복한 일이라는 확인이었습니다.
이 기록이 언젠가 삼다체육공원 어딘가에, 혹은 다른 어느 부지 위에 실제로 심어질 '다님바람'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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