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프로젝트2026 코리아 가든쇼 전주 덕진공원 — 5개 대상지 중 3번 부지 작가정원 「804개의 희망」
- 이번 기록식재 마무리 — 위기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색의 서사, 용버들, 완성 전경
- 핵심 판단박람회 이후에도 스스로 회복하는 식생 구조를 골격으로 삼았어요
- 시리즈네 편에 걸친 「804개의 희망」 시공 기록을 여기서 마무리해요
파고라가 자리를 잡고 판석이 깔리면서 공간의 골격이 완성되었어요. 이제 마지막으로 식물이 들어와요. 식재는 정원의 마무리이자, 그동안 만들어온 이야기를 실제로 눈에 보이게 하는 단계예요. 「804개의 희망」이 말하고자 한 '위기 — 사색 — 희망'의 서사는 결국 식물의 색과 밀도로 완성돼요. 4편은 그 마지막 과정을 기록한 거예요.

1. 스스로 회복하는 정원
식물을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둔 기준은 '스스로 회복하는 구조'였어요. 이 정원의 주제가 기후재난 시대의 회복인 만큼, 식생 자체가 그 주제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가뭄과 폭우의 양극단이 잦아진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다년생 숙근초와 그라스류를 골격으로 삼았어요.
화려하게 한철 피고 지는 식물이 아니라,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제 힘으로 자리를 잡고 이어지는 식물을 골랐어요. 정원이 한 번의 전시로 끝나는 풍경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회복하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2. 위기에서 희망으로, 색으로 읽는 서사
식재의 색은 동선을 따라 흐르도록 설계했어요. 진입부에서는 깊은 적색의 휴케라로 긴장감을 만들었어요. 어둡고 절제된 색감이 탄화목과 만나며 '위기'의 장면을 이뤄요. 발걸음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색이 조금씩 밝아지고, 출구에 이르면 흰빛과 노란빛의 야생화가 밀도 있게 펼쳐져요.
특히 출구 구간의 유럽분꽃나무는 회복의 장면을 만드는 핵심 식물이에요. 어두운 진입부를 지나 환하게 열리는 이 구간에서, 관람객은 색의 변화만으로 이 정원이 '위기에서 희망으로' 향하고 있음을 몸으로 읽게 돼요. 설명을 읽지 않아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서사가 느껴지길 바랐어요.

3. 용버들 — 덕진공원의 풍경을 잇다
중심에는 용버들을 두었어요. 용버들은 과거 덕진공원에 군락을 이뤘던 버드나무에서 가져온 식물이에요. 이 정원이 놓이는 땅이 본래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식물로 잇고자 했어요. 새로 만든 정원이지만, 그 자리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풍경의 언어와 끊어지지 않도록 한 선택이에요.
장소가 가진 기억을 식물로 끌어오는 일은 「804개의 희망」 전체를 관통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파고라가 전주 서고에서 형태를 가져왔듯, 식재는 덕진공원의 옛 풍경에서 출발했어요.

4. 박람회 이후를 위한 식생
골격을 이루는 식물은 다년생 숙근초와 그라스류예요. 목수국, 미스김라일락, 삼색조팝나무, 삼색병꽃나무, 홍괴불나무 같은 정원수목과, 라임휴케라·털수염풀·감동사초 같은 숙근초·그라스를 함께 배치했어요. 자생 숙근초인 붓꽃, 비비추, 노루오줌도 곳곳에 두어 전주의 습윤한 풍토와 호응하도록 했어요.
가을에 이르면 구절초와 감국, 억새가 탄화목의 검은 표면과 대비되며 가장 깊은 색을 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원의 표정이 달라지도록, 한 시점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담는 식생 구조를 만들고자 했어요.

5. 정원이 완성되다
식재가 끝나면서 「804개의 희망」이 비로소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어요. 탄화목과 적색 식재가 만드는 위기의 풍경, 비워진 파고라 아래의 사색, 흰빛과 노란빛으로 열리는 희망의 정원 — 글로만 있던 서사가 공간 안에서 걸으며 읽히는 정원이 되었어요.
전란 속에서도 804권의 실록을 지켜낸 전주 서고처럼, 이 정원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오늘을 지켜내는 작은 회복의 기록으로 남기를 바랐어요. 네 편에 걸쳐 기록한 「804개의 희망」의 시공 과정을 여기서 마무리해요. 현장에서 함께해 주신 분들과 이 글을 따라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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