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장소파리 북동쪽 Parc de la Villette — 과거 도축장 부지를 21세기형 도시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에요.
- 설계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 — 점(폴리 35개)·선(산책로)·면(잔디광장·테마 정원)이 겹쳐지는 해체주의적 공간 설계예요.
- 경험아름다운 풍경보다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설계한 공원. 걷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됐어요.
- 소감설계 철학과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강했지만, 일부 시설·식재 관리는 아쉬웠어요.
1부. 라 빌레트 공원이란
도살장 부지에서 21세기형 공원으로
라 빌레트 공원은 파리 북동쪽, 과거 대규모 도축장과 정육 시장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도시공원이에요. 산업 기능이 쇠퇴하며 1970년대 관련 시설이 철거되자, 파리시는 이 부지를 '21세기형 도시공원'이라는 주제로 국제 설계공모에 부쳤어요. 세계 각국 건축가들이 참여한 끝에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안이 최종 당선됐어요.

추미의 설계 철학 — 해체주의와 상호작용
추미는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주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아, 공원을 '풍경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방문객의 활동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사건의 장으로 바라봤어요. 정해진 용도가 없는 빈 공간(non-place)조차 방문객의 활동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의 핵심 발상이에요.

점(Point)·선(Line)·면(Surface)
공원은 세 겹의 레이어로 설계됐어요. 점은 약 120m 간격으로 배치된 붉은 구조물 '폴리' 35개, 선은 자유로운 산책로, 면은 잔디광장과 테마 정원이에요. 이 세 레이어가 독립적으로 겹쳐지며 방문객은 매번 다른 경로로 공원을 걷게 돼요.

열 개의 테마 가든
공원에는 서로 다른 개념의 테마 가든 10개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용의 정원'에는 커다란 철제 용 조형물과 긴 미끄럼틀이 있어, 아이들이 직접 오르내리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연중 이어지는 문화 행사
1987년 완공 이후 라 빌레트는 연간 약 천만 명이 찾는 파리의 대표 명소가 됐어요. 연극, 공연, 음악, 미술 전시가 열리는 열린 무대로 기능하며, 폴리와 잔디광장이 그 배경이 되어 줘요.

2부. 직접 걸어본 라 빌레트

왜 가장 기억에 남았을까
다른 공원들이 대개 자연을 감상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계획된 반면, 라 빌레트는 사람들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고 경험할지를 먼저 고민한 공원이었어요. 걷는 동선과 머무는 공간, 놀이와 휴식, 문화와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어요.
특별한 시설이 없어도 사람들은 넓은 잔디에서 자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아이들은 조형물을 놀이시설처럼 이용했어요. 공간이 사람들의 활동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걸으며 느낀 공간의 경험
석사 과정에서 도면으로만 공부했던 공간을 실제로 걸어보니, 이론이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넓게 펼쳐진 잔디광장에서는 특별한 시설 없이도 사람들이 쉬고, 책을 읽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어요.
검은 곡선 형태의 놀이 조형물은 멀리서는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아이들이 오르고 뛰어노는 놀이시설이었어요. 조형성과 기능을 동시에 담아낸 좋은 사례였어요.
붉은 폴리 내부를 직접 걸으며, 강렬한 색채와 철제 구조가 녹지와 대비를 이루며 공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어요. 다만 일부 식재 공간의 관리 부족은 아쉬웠고, 세계적인 공원이라도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점을 다시 느꼈어요.


답사를 마치며
라 빌레트는 단순히 아름다운 공원이 아니라, 사람들의 활동과 경험을 중심으로 계획된 공공공간이었어요. 좋은 공원은 화려한 식재보다 사람들이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 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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